[11월15일(금), LIMO]


- [인과응보], [부모의 인과가 자식에게 보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이번에는 과거에 남을 괴롭혔던 사람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어떤 심경일까...? 리서치 해봤습니다.


그들은 지금 옛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우리 자식이 그 대가를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일 따위는 잊고 아이에게 [괴롭힘은 절대 안 되는 것]이라 말하고 있을까요...? 


[예전에 저는 '괴물'이었습니다]


이번에 이야기해주신 분은,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의 어머니 A(43세) 씨. A 씨는 중학교 시절에 같은 반 친구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라고 고백해 주었습니다.


[계기는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제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같은 반 아이인 S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 S는 언제나 'A는 귀엽고 인기 많지. 나 같은 건 전혀 눈에 띄지 않으니까 A를 정말 동경하고 있어'라며 저를 치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하곤 했어요. 중학교 때 분명히 저는 반에서도 중심적인 존재. 모두가 동경하는 상급생으로부터 고백을 받은 적도 있고, 스스로도 돋보이는 존재라는 것은 자부하고 있었죠]


[방과 후 S와 남학생이 교실에 남아 있었다], [S와 남학생이 수업 중,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는 등 소문이 돌 때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수줍게 미소 짓는 S 씨에게, A 씨는 점차 짜증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S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S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못 했어요]


A 씨는 S 씨에게 보복을 결심. 처음에는 그룹 내 무시로부터 시작합니다. 그것이 점점 더해져 반 전체에서 무시. S 씨의 자리를 복도에 내놓거나, S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때 위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거나, 체육복을 숨기거나... [당시에는 S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 당연한 보답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S가 사과해 왔다면 용서해 주려고, 하지만 그녀는 절대 사과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하죠,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또 화가 나서...]


중학교 2~3학년을 S 씨를 괴롭히면서 지낸 A 씨. 졸업문집에, S 씨는 한마디, [재미없었다]라고 남겼다는 것 같습니다. A 씨는 당시부터 자신이 왕따를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도 못 본 척, 반 친구들도 모두 자신에게 동조해주었고, 게다가 무엇보다 S 씨를 괴롭힘으로써 스트레스 없어져 버린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나쁜 짓을 하고 있다]라는 감각이 사라진 것, 이라고 합니다.




[내 아이에 대한 마음]


A 씨의 말을 들은 필자는 조금 시큰둥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A 씨, 당신의 아이가 만약 괴롭힘을 당한다면 예전의 당신처럼, '이유가 있어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 있습니까?]


A 씨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건 안 되겠네요, 제멋대로일지도 모르나 학교나 상대방 부모에게 철저히 항의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당신의 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힌다면요?] 


A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롭히면 안 된다, 딸을 호되게 꾸짖고 상대방 부모에게 사과하러 가겠네요...]


그리고 A 씨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S에게는 정말 못되게 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날의 생활에서 과거에 자신이 괴롭혔던 일 따위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S에 대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자신이 일진이었기 때문에, 딸도 그 유전자를 물려받아 일진이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다른 부모들과 똑같이 '우리 아이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무시가 좋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중학교 시절 일은 이미 과거의 일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A 씨를 배웅하면서 [혹시, A 씨의 딸이 '엄마 중학교 시절 얘기를 해줘'라는 말을 들었다면... A 씨는 어떤 말을 할까]라고 생각한 필자였습니다.


[일진이었던 당신에게 '당신의 아이에게 떳떳한가요?']


[누군가를 괴롭힌 경험이 있는 사람, 상처를 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남은 인생, 일분일초 빠짐없이 계속 참회하며 살아야지...]라곤 생각하지 않으며,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괴물이었다]는 십자가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A 씨의 말투로 보아, 분명 A 씨는 아이에게 [자신이 예전에 남을 괴롭히던 일진이었다]라는 것을 털어놓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플 터.... 그러길 바란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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